2024-10-26
- "과학과 공학을 재미있게 녹여낼 수 있는 무대가 되었으면"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콘텐츠 제작 스튜디오 '긱블' 사옥. [사진=조현선 기자] [사진=조현선 기자]
[뉴시안= 조현선 기자]"호모 루덴스의 철학을 믿는다. 아이들은 시험을 위해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것'을 위해 공부하고, 그 과정을 평가하는 것이 시험의 목적이 되었으면 좋겠다. AI와 기술 발전으로 인해 일과 교육의 의미가 크게 변화할텐데, 언젠가 교육의 의미가 바뀌는 과정에서 긱블이 과학과 공학을 재미있게 녹여낼 수 있는 하나의 무대가 되었으면 한다"
메타(구 페이스북)의 신기술이 대거 공개되는 글로벌 행사에 국내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공식 초청되는 일이 벌어졌다. '글로벌 너드(Nerd·괴짜)' 저커버그에게 인정받은 'K-괴짜', 콘텐츠 스타트업 '긱블'의 박찬후 대표를 긱블 사옥에서 만났다.
과학·공학 영상 콘텐츠 제작 스타트업 긱블은 지난 2017년 출발했다. 사명인 긱블은 괴짜라는 뜻의 '긱'(Geek)에 '할 수 있다'(able)는 단어를 합쳐 만들어졌다. 누구나 괴짜가 될 수 있다, 혹은 괴짜는 뭐든 할 수 있다는 뜻을 담았다. 긱블을 만든 박 대표는 아직 대학생이다. 영재학교 대구과학고 를 졸업하고, 포항공대에 진학했다. 대학 1학년 재학 중 구글 뉴스랩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언론사와 협업할 기회를 얻었다. 그때 '미디어는 지금이 기회'라는 영감을 얻었고, 투자 유치를 받아 법인을 세웠다. 첫 영상 콘텐츠인 '아이언맨 광자포'를 시작으로 지금의 긱블에 이르렀다.
박 대표는 "인생을 바쳐 과학을 공부하는 사람에 대한 관심이 너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과학·공학이 ‘주인공’이 되기를, 긱블은 '무대'가 되기를 바란다. 콘텐츠에 출연하는 엔지니어들의 팬들이 생기고, 팬들이 이들을 롤모델 삼아 과학·공학을 연구하는 이들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긱블은 미디어, 교육, 게임 등 3개 분야의 사업을 영위하며 '콘텐츠 제작 스튜디오'를 지향한다. 보이는 것과는 달리 이공계인 절반, 이공계가 아닌 인재가 절반이다. 영상에 출연해서 발명품을 만드는 메이커, 아이들을 교육하는 과학 커뮤니케이터 외 PD, 매니저들로 이뤄져 있다. 어느 플랫폼이든 콘텐츠를 유통하기 좋은 채널이라면 어디든 찾아간 덕분에 현재 유튜브와 페이스북, 틱톡 등 약 150만명 이상의 종합 구독자를 확보했고, 유튜브에만 약 830여개의 콘텐츠를 공개했다.
박 대표는 “긱블은 시작부터 스튜디오이자 제작사를 지향하며 시작된 기업. 투자를 먼저 유치하고 팀을 구성했고 한국의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 같은 역할을 하고 싶어 페이스북에 게재한 첫 게시글이 1만개의 '좋아요'를 얻었다. 영상 게시 하루 만에 3000명의 팔로워도 얻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긱블은 지난해 기준 국내에서 내셔널지오그래픽 코리아를 제치고 가장 많은 유튜브 조회수를 기록한 과학 공학 카테고리 채널로 기록되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다.
콘텐츠 제작 스튜디오 '긱블' 박찬후 대표. [사진=조현선 기자]
이어 "'호모 루덴스', '노는 인간' 또는 '놀이하는 인간'이라는 철학을 좋아한다. 인간은 결국 놀이를 통해 배우고, 유희를 위해 살아간다. AI(인공지능)나 기술이 인간의 생산성을 넘어서게 되면서 머지 않은 미래에 앞으로 인류는 더 많은 시간을 노는 것에 보낼 것으로 본다"며 "자율주행차가 완성되면 차 안에서 핸들을 잡던 이들이 노트북으로 업무를 보거나 게임을 즐기게 되지 않을까"라고 내다봤다.
규제 때문에 곤란한 적이 없었는지 묻자 긱블스러운 답이 돌아왔다. 박 대표는 "우리는 주로 '발사하는 것'을 많이 만드는 편이다. 직관적이고 재미있으니까. 그러나 이런 발사 장치를 그냥 만들면 국내 총포법 규제에 걸린다. 그래서 항상 규제를 잘 확인해야한다. 들은 이야기인데, 과학관에서 행사를 위해 화약을 사용해 로켓을 발사하는데 경찰이 와서 막았던 경우도 있다고 한다. 원칙은 물론 중요하지만 무언가를 더 잘할 수 있는 방향으로 규제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총포법 규제 사항에 대해 답하기 위해 인터뷰 도중 퍼플렉시티에 몇 번이나 물어보는 모습마저도 긱블스러웠다.
긱블이 만들 세상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그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시험이 아니라, '하고 싶은 것'이 존재해야 하며, 이를 위해 공부해야 하고, 그 과정을 평가하는 것이 시험이 되었으면 좋겠다. 언젠가 교육의 의미가 바뀌는 과정에서 긱블이 과학과 공학을 재미있게 녹여낼 수 있는 하나의 무대가 되어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실제로 긱블은 교구/커리큘럼을 직접 개발하며 학교 및 자체 교육 공간에서 개인 맞춤형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그는 본인을 '사상가'에 가깝다고 표현했다. 과학 공학을 조명하고 싶은 공학도지만 그가 하는 일은 콘텐츠 기업의 대표이고 그러면서 궁극적으로는 교육을 혁신하고 싶은 유별난 사람이기 떄문이다. “긱블에는 엔지니어들이 근무하고, 방송 전문가 콘텐츠 PD팀이 있으며 교육 분야의 전문가들이 있다. 나는 정답을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방향을 제시할 뿐이다. 이들이 함께 모일 수 있는 구조를 짜고, 세상을 바꾸고 싶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같은 것을 만드는 데 몰두하는 괴짜는 억만장자가 됐지만 여전히 'AR 글라스' 같은 것을 만들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긱블 역시 마찬가지다. 그의 두 눈은 그들이 어떻게 '노는지' 이야기 할 때에 빛이 났다. 그의 목표는 하나다. 박찬후보다, 긱블보다, 미래의 과학자와 공학자를 위해 관객을 모으고, 공연을 준비하는 플랫폼이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 그 누군가를 무대에 올리기 위해 오늘도 긱블은 쏘아올린다. 뭐든.
서울 성수동 긱블 사옥 전경. [사진=긱블]
▲긱블의 시작이 궁금하다.
인생을 바쳐 과학을 공부하는 사람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해외는 과학 공학을 조명하는 콘텐츠가 많고 "과학 저널리즘"이라는 분야도 매우 활발하지만 한국은 상대적으로 매우 적다 이공계 사람들이 미디어 산업에 들어가기 힘든 구조 탓이라고 생각했다. 스스로 유명해지기보다는 과학공학을 주인공이 되기를 바라고, 긱블이 그 무대가 되기를 바랬다. 엔지니어 등이 팬이 생기고, 팬들이 이를 롤모델로 삼아 과학자·공학자가 되고자 하는 마음을 먹길 바랬다. 논문을 쓰지 않더라도 과학과 공학에 관심을 갖는 것만으로도 지금 하는 일에 보람을 갖는다.
▲긱블의 사업 진척도는?
종합 콘텐츠 제작사를 꿈꾼다. 우리가 만드는 콘텐츠는 미디어, 교육, 게임 등 3개로 나누어진다. 시장으로 구분할 때 미디어는 광고, 교육은 오프라인 클래스와 교구/교재, 게임은 인앱콘텐츠 등을 통해 수익을 낸다. 2024년 4분기 흑자 전환을 전망하고 있다. 올해 10월은 현금 기준 월 흑자를 달성했다. 미디어 사업은 매출의 변칙성이 크지만, 긱블은 교육/교구/게임 등 신사업 중심으로 매출이 성장하고 있기에 지속가능한 건강한 흑자 사업 구조가 만들어져가는 셈이다.
긱블은 누적 7억 조회수 이상을 만들었고, 특히 롱폼 영상 기반으로 트래픽을 만드는 일을 꽤 잘 해왔다. 하지만 숏폼의 영향력이 매우 커졌다. 광고 시장은 트래픽을 따라가는데 숏폼의 트래픽이 워낙 커지고 있다. 유튜브의 소비 시간의 80%가 숏폼이라고 한다. 지금 가진 경영전략은 심플하다. 숏폼은 비용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해 OSMU(원소스멀티유즈) 전략을 잘 녹여야 하고, 롱폼은 빈도를 더 줄이더라도 명확히 수익성이 보장되는 영상을 가져야 한다고 보고 대비하고 있다.
▲최근 메타에게 러브콜을 받았다. 이외에도 자랑하고 싶은 성과가 있다면 소개해 달라.
현장에 가보니 국가별로 5명 이하의 크리에이터들이 초대된 듯 했다. 그들의 팔로워를 보면 1000만, 2000만 단위는 가뿐하다. 한국의 크리에이터를 대표해서 현장에서 느낀 점은 '글로벌로 가야겠다'였다.
긱블은 미디어지만 우리의 영상 한 편, 한 편은 일종의 대기업의 R&D나 대학교의 캡스톤 디자인과와 비슷하다. 일종의 발명품들이 나오고 있다. 재밌는 의뢰를 많이 받는데, 구글의 AI(인공지능) '제미나이' 관련한 발명품을 요청했고. 실시간 AI 조향 기계를 만들었다.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기분은 어떤지 물어보고 50가지를 조합해서 나만의 향수를 만들어주는 것을 영상으로 내보냈다. 반응이 너무 좋아서 구글 재팬까지 가서 일본에서도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LG화학의 사회공헌 프로젝트인 'AI 분리 수거' 제품을 요청받았고, SKT는 루게릭 환자를 위한 눈동자를 트래킹하는 의사소통 장치를 만들어 줬다.
가벼운 것도 많다. 농심의 대형 쫄병스낵을 만드는 장치를 만들었고, 게임 속의 전기탱크를 실제로 만들기도 했고, 에너자이저로 테슬라를 충전할 수 있을까 라는 테스트도 진행했다. 과학공학을 이용해 할 수 있는 테스트는 모두 진행하는 셈.
▲교육과 게임 콘텐츠 시장에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개인적인 철학으로는 호모 루덴스라는 철학을 좋아한다. 인간은 결국 놀이를 통해 배우고, 유희를 위해 살아간다. AI나 기술이 인간의 생산성을 넘어서게 되면서 머지 않은 미래에 앞으로 인류는 더 많은 시간을 노는 것에 보낼 것으로 본다. 올해 Open AI가 Realtime API를 통해 보이스 투 보이스가 되는 멀티 모달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내년 내후년에는 비디오 투 비디오가 나오면 머지 않아 스크린으로는 AI와 인간을 구별할 수 없게 될 것이다하지 없을 것이다. 또한 AI가 로보틱스와 결합하는 사례가 많아지면 점점 육체적인 영역에서도 인간이 할 일이 없어질 것으로 본다.
따라서 인간이 콘텐츠에 쓰는 시간이 많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TV에 쓰는 시간이 디지털 미디어로 넘어오면서 기회가 생겼고, 사람들이 콘텐츠에 쓰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기회가 생겼다. 차 안에서 핸들을 잡던 사람들이 차 안에서 노트북을 하거나 게임기를 하지 않겠나. 미디어, 교육, 게임에 대한 수요는 절대 감소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미디어를 계속 볼 것이고, 평생 교육과 게임을 원하지 않겠나. 이 콘텐츠들의 수요 증가는 당연한 것으로 보고 있다.
페이스북에서 유튜브로 '플랫폼 대이동'을 했다. 상황이 애매해졌다. 콘텐츠의 형식은 유지하고 페이스북과 유튜브에 동시에 올려야 하던 과거와 달리 5~10분짜리 영상을 더 분절화 해야 했다.
긱블도 내부적으로 변화의 시기를 한 차례 겪었다. 미디어 산업의 양극화가 더 심해졌다는 결론을 냈다. 짧고 빠르게 소비하는 류의 콘텐츠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생산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 ‘양’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양적 승부를 해야하는 영역에서는 적은 제작비를 통해 제작하는 일상형 콘텐츠, 대화형 콘텐츠, 팟캐스트 등에 기회가 있을 것 살아남을 것으로 보고 대비하고 있다. 또 영화나 드라마 등 질적 승부를 해야하는 롱폼이 유튜브 시장에 더 많이 등장할 것으로 본다. ‘Mr.Beast’가 영상 제작 한편에 20~30억원을 쓴다. 한국 OTT 드라마 한 편 제작비 이상이다. 확실한 뷰어십이 보장되거나 명확한 BM을 가진 콘텐츠들은 더 질이 높아 질 것이며 긱블도 이와 같은 스탠스를 취하게 될 것 같다.
▲중장기적으로 준비중인 콘텐츠와 목표가 궁금하다.
교육 사업. 현대인의 불행은 교육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학교는 1등부터 꼴등을 줄세운다. 1등이 아니라면 실패한 사람이라는 인식을 가진다. 학교의 경쟁은 아이들의 실패 경험을 쌓고 있다. 이는 냉전시대에 시작된 본질주의 교육 철학에서 비롯된 것으로 본다. 우수한 상위 학생들에게 국가의 자원을 집중하기 위한 교육 방식. 하지만 학생들에게 성공 경험과 성취감을 통해 동기를 제공하는 것이 교육기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은 피라미드 형태의 구조에서 경쟁하지 않고, 10명의 아이들이 10명의 방향으로 생각할 수 있고, 각자의 생각을 할 수 있으면 한다. 이를 위해 AI를 개인맞춤형 교육에 쓰려고 하고 있고, 콘텐츠에 녹여내고 있다.
▲긱블이 바라는 세상은?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 중 하나는 성공의 경험이 아니라 실패의 경험을 주는 것. 사람들이 진로를 몰라서 전공을 선택할 때에 내가 갈 수 있는 최고의 과나 대학을 가려고 한다. 그러나 '과잉 선택'인 것 같다. 기계공학을 가고 싶어서 열심히 공부했는데 성적이 좋아 의대를 가는 이상한 경우도 있다. 남들보다 뛰어나다는 걸 증명하는 것이 진로 선택이 되어버린 것 같다. 시험은 나의 학습 성취를 진단하는 것. 그러나 요즘은 시험을 치기 위해 공부를 한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시험이 아니라, 하고 싶은 것을 위해 공부해야 하고, 그 과정을 평가하는 것이 시험이길 바란다. 내가 틀리지 않았음을 보이기 위해, 평균 이상이라는 걸 나타내기 위해, 상위 몇%에 들어가기 위해 시험을 보는 건 맞지 않다.
그런 맥락에서 곧 일의 의미와 교육의 의미가 바뀌게 될 것으로 본다. 교육의 의미가 바뀌는 과정에서 과학과 공학을 재미있게 녹여낼 수 잇는 하나의 무대가 되었으면 좋겠다. 과학을 그렇게 좋아하던 아이들이 중학교 고등학교만 들어가면 과학을 싫어하게 된다. 시험을 친다는 이유로. 그러나 해외는 다르다. 실험, 체험 기반의 교육이 많은 덕분.
우리 아이들은 무려 10년간 '서열 매기기'를 위한 공부를 한다. AI는 매달, 한 산업을 뒤바꿀 기술이 개발되고 있는데 아이들은 시간을 낭비한다. 우리나라의 교육이 바뀌는 과정에서 긱블이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긱블 박찬후 대표와 뉴시안 전규열 대표이사 겸 편집인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조현선 기자]
출처 : 뉴시안(http://www.newsian.co.kr)
2024-10-26
- "과학과 공학을 재미있게 녹여낼 수 있는 무대가 되었으면"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콘텐츠 제작 스튜디오 '긱블' 사옥. [사진=조현선 기자] [사진=조현선 기자]
[뉴시안= 조현선 기자]"호모 루덴스의 철학을 믿는다. 아이들은 시험을 위해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것'을 위해 공부하고, 그 과정을 평가하는 것이 시험의 목적이 되었으면 좋겠다. AI와 기술 발전으로 인해 일과 교육의 의미가 크게 변화할텐데, 언젠가 교육의 의미가 바뀌는 과정에서 긱블이 과학과 공학을 재미있게 녹여낼 수 있는 하나의 무대가 되었으면 한다"
메타(구 페이스북)의 신기술이 대거 공개되는 글로벌 행사에 국내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공식 초청되는 일이 벌어졌다. '글로벌 너드(Nerd·괴짜)' 저커버그에게 인정받은 'K-괴짜', 콘텐츠 스타트업 '긱블'의 박찬후 대표를 긱블 사옥에서 만났다.
과학·공학 영상 콘텐츠 제작 스타트업 긱블은 지난 2017년 출발했다. 사명인 긱블은 괴짜라는 뜻의 '긱'(Geek)에 '할 수 있다'(able)는 단어를 합쳐 만들어졌다. 누구나 괴짜가 될 수 있다, 혹은 괴짜는 뭐든 할 수 있다는 뜻을 담았다. 긱블을 만든 박 대표는 아직 대학생이다. 영재학교 대구과학고 를 졸업하고, 포항공대에 진학했다. 대학 1학년 재학 중 구글 뉴스랩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언론사와 협업할 기회를 얻었다. 그때 '미디어는 지금이 기회'라는 영감을 얻었고, 투자 유치를 받아 법인을 세웠다. 첫 영상 콘텐츠인 '아이언맨 광자포'를 시작으로 지금의 긱블에 이르렀다.
박 대표는 "인생을 바쳐 과학을 공부하는 사람에 대한 관심이 너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과학·공학이 ‘주인공’이 되기를, 긱블은 '무대'가 되기를 바란다. 콘텐츠에 출연하는 엔지니어들의 팬들이 생기고, 팬들이 이들을 롤모델 삼아 과학·공학을 연구하는 이들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긱블은 미디어, 교육, 게임 등 3개 분야의 사업을 영위하며 '콘텐츠 제작 스튜디오'를 지향한다. 보이는 것과는 달리 이공계인 절반, 이공계가 아닌 인재가 절반이다. 영상에 출연해서 발명품을 만드는 메이커, 아이들을 교육하는 과학 커뮤니케이터 외 PD, 매니저들로 이뤄져 있다. 어느 플랫폼이든 콘텐츠를 유통하기 좋은 채널이라면 어디든 찾아간 덕분에 현재 유튜브와 페이스북, 틱톡 등 약 150만명 이상의 종합 구독자를 확보했고, 유튜브에만 약 830여개의 콘텐츠를 공개했다.
박 대표는 “긱블은 시작부터 스튜디오이자 제작사를 지향하며 시작된 기업. 투자를 먼저 유치하고 팀을 구성했고 한국의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 같은 역할을 하고 싶어 페이스북에 게재한 첫 게시글이 1만개의 '좋아요'를 얻었다. 영상 게시 하루 만에 3000명의 팔로워도 얻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긱블은 지난해 기준 국내에서 내셔널지오그래픽 코리아를 제치고 가장 많은 유튜브 조회수를 기록한 과학 공학 카테고리 채널로 기록되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다.
콘텐츠 제작 스튜디오 '긱블' 박찬후 대표. [사진=조현선 기자]
이어 "'호모 루덴스', '노는 인간' 또는 '놀이하는 인간'이라는 철학을 좋아한다. 인간은 결국 놀이를 통해 배우고, 유희를 위해 살아간다. AI(인공지능)나 기술이 인간의 생산성을 넘어서게 되면서 머지 않은 미래에 앞으로 인류는 더 많은 시간을 노는 것에 보낼 것으로 본다"며 "자율주행차가 완성되면 차 안에서 핸들을 잡던 이들이 노트북으로 업무를 보거나 게임을 즐기게 되지 않을까"라고 내다봤다.
규제 때문에 곤란한 적이 없었는지 묻자 긱블스러운 답이 돌아왔다. 박 대표는 "우리는 주로 '발사하는 것'을 많이 만드는 편이다. 직관적이고 재미있으니까. 그러나 이런 발사 장치를 그냥 만들면 국내 총포법 규제에 걸린다. 그래서 항상 규제를 잘 확인해야한다. 들은 이야기인데, 과학관에서 행사를 위해 화약을 사용해 로켓을 발사하는데 경찰이 와서 막았던 경우도 있다고 한다. 원칙은 물론 중요하지만 무언가를 더 잘할 수 있는 방향으로 규제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총포법 규제 사항에 대해 답하기 위해 인터뷰 도중 퍼플렉시티에 몇 번이나 물어보는 모습마저도 긱블스러웠다.
긱블이 만들 세상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그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시험이 아니라, '하고 싶은 것'이 존재해야 하며, 이를 위해 공부해야 하고, 그 과정을 평가하는 것이 시험이 되었으면 좋겠다. 언젠가 교육의 의미가 바뀌는 과정에서 긱블이 과학과 공학을 재미있게 녹여낼 수 있는 하나의 무대가 되어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실제로 긱블은 교구/커리큘럼을 직접 개발하며 학교 및 자체 교육 공간에서 개인 맞춤형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그는 본인을 '사상가'에 가깝다고 표현했다. 과학 공학을 조명하고 싶은 공학도지만 그가 하는 일은 콘텐츠 기업의 대표이고 그러면서 궁극적으로는 교육을 혁신하고 싶은 유별난 사람이기 떄문이다. “긱블에는 엔지니어들이 근무하고, 방송 전문가 콘텐츠 PD팀이 있으며 교육 분야의 전문가들이 있다. 나는 정답을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방향을 제시할 뿐이다. 이들이 함께 모일 수 있는 구조를 짜고, 세상을 바꾸고 싶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같은 것을 만드는 데 몰두하는 괴짜는 억만장자가 됐지만 여전히 'AR 글라스' 같은 것을 만들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긱블 역시 마찬가지다. 그의 두 눈은 그들이 어떻게 '노는지' 이야기 할 때에 빛이 났다. 그의 목표는 하나다. 박찬후보다, 긱블보다, 미래의 과학자와 공학자를 위해 관객을 모으고, 공연을 준비하는 플랫폼이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 그 누군가를 무대에 올리기 위해 오늘도 긱블은 쏘아올린다. 뭐든.
서울 성수동 긱블 사옥 전경. [사진=긱블]
▲긱블의 시작이 궁금하다.
인생을 바쳐 과학을 공부하는 사람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해외는 과학 공학을 조명하는 콘텐츠가 많고 "과학 저널리즘"이라는 분야도 매우 활발하지만 한국은 상대적으로 매우 적다 이공계 사람들이 미디어 산업에 들어가기 힘든 구조 탓이라고 생각했다. 스스로 유명해지기보다는 과학공학을 주인공이 되기를 바라고, 긱블이 그 무대가 되기를 바랬다. 엔지니어 등이 팬이 생기고, 팬들이 이를 롤모델로 삼아 과학자·공학자가 되고자 하는 마음을 먹길 바랬다. 논문을 쓰지 않더라도 과학과 공학에 관심을 갖는 것만으로도 지금 하는 일에 보람을 갖는다.
▲긱블의 사업 진척도는?
종합 콘텐츠 제작사를 꿈꾼다. 우리가 만드는 콘텐츠는 미디어, 교육, 게임 등 3개로 나누어진다. 시장으로 구분할 때 미디어는 광고, 교육은 오프라인 클래스와 교구/교재, 게임은 인앱콘텐츠 등을 통해 수익을 낸다. 2024년 4분기 흑자 전환을 전망하고 있다. 올해 10월은 현금 기준 월 흑자를 달성했다. 미디어 사업은 매출의 변칙성이 크지만, 긱블은 교육/교구/게임 등 신사업 중심으로 매출이 성장하고 있기에 지속가능한 건강한 흑자 사업 구조가 만들어져가는 셈이다.
긱블은 누적 7억 조회수 이상을 만들었고, 특히 롱폼 영상 기반으로 트래픽을 만드는 일을 꽤 잘 해왔다. 하지만 숏폼의 영향력이 매우 커졌다. 광고 시장은 트래픽을 따라가는데 숏폼의 트래픽이 워낙 커지고 있다. 유튜브의 소비 시간의 80%가 숏폼이라고 한다. 지금 가진 경영전략은 심플하다. 숏폼은 비용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해 OSMU(원소스멀티유즈) 전략을 잘 녹여야 하고, 롱폼은 빈도를 더 줄이더라도 명확히 수익성이 보장되는 영상을 가져야 한다고 보고 대비하고 있다.
▲최근 메타에게 러브콜을 받았다. 이외에도 자랑하고 싶은 성과가 있다면 소개해 달라.
현장에 가보니 국가별로 5명 이하의 크리에이터들이 초대된 듯 했다. 그들의 팔로워를 보면 1000만, 2000만 단위는 가뿐하다. 한국의 크리에이터를 대표해서 현장에서 느낀 점은 '글로벌로 가야겠다'였다.
긱블은 미디어지만 우리의 영상 한 편, 한 편은 일종의 대기업의 R&D나 대학교의 캡스톤 디자인과와 비슷하다. 일종의 발명품들이 나오고 있다. 재밌는 의뢰를 많이 받는데, 구글의 AI(인공지능) '제미나이' 관련한 발명품을 요청했고. 실시간 AI 조향 기계를 만들었다.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기분은 어떤지 물어보고 50가지를 조합해서 나만의 향수를 만들어주는 것을 영상으로 내보냈다. 반응이 너무 좋아서 구글 재팬까지 가서 일본에서도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LG화학의 사회공헌 프로젝트인 'AI 분리 수거' 제품을 요청받았고, SKT는 루게릭 환자를 위한 눈동자를 트래킹하는 의사소통 장치를 만들어 줬다.
가벼운 것도 많다. 농심의 대형 쫄병스낵을 만드는 장치를 만들었고, 게임 속의 전기탱크를 실제로 만들기도 했고, 에너자이저로 테슬라를 충전할 수 있을까 라는 테스트도 진행했다. 과학공학을 이용해 할 수 있는 테스트는 모두 진행하는 셈.
▲교육과 게임 콘텐츠 시장에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개인적인 철학으로는 호모 루덴스라는 철학을 좋아한다. 인간은 결국 놀이를 통해 배우고, 유희를 위해 살아간다. AI나 기술이 인간의 생산성을 넘어서게 되면서 머지 않은 미래에 앞으로 인류는 더 많은 시간을 노는 것에 보낼 것으로 본다. 올해 Open AI가 Realtime API를 통해 보이스 투 보이스가 되는 멀티 모달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내년 내후년에는 비디오 투 비디오가 나오면 머지 않아 스크린으로는 AI와 인간을 구별할 수 없게 될 것이다하지 없을 것이다. 또한 AI가 로보틱스와 결합하는 사례가 많아지면 점점 육체적인 영역에서도 인간이 할 일이 없어질 것으로 본다.
따라서 인간이 콘텐츠에 쓰는 시간이 많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TV에 쓰는 시간이 디지털 미디어로 넘어오면서 기회가 생겼고, 사람들이 콘텐츠에 쓰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기회가 생겼다. 차 안에서 핸들을 잡던 사람들이 차 안에서 노트북을 하거나 게임기를 하지 않겠나. 미디어, 교육, 게임에 대한 수요는 절대 감소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미디어를 계속 볼 것이고, 평생 교육과 게임을 원하지 않겠나. 이 콘텐츠들의 수요 증가는 당연한 것으로 보고 있다.
페이스북에서 유튜브로 '플랫폼 대이동'을 했다. 상황이 애매해졌다. 콘텐츠의 형식은 유지하고 페이스북과 유튜브에 동시에 올려야 하던 과거와 달리 5~10분짜리 영상을 더 분절화 해야 했다.
긱블도 내부적으로 변화의 시기를 한 차례 겪었다. 미디어 산업의 양극화가 더 심해졌다는 결론을 냈다. 짧고 빠르게 소비하는 류의 콘텐츠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생산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 ‘양’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양적 승부를 해야하는 영역에서는 적은 제작비를 통해 제작하는 일상형 콘텐츠, 대화형 콘텐츠, 팟캐스트 등에 기회가 있을 것 살아남을 것으로 보고 대비하고 있다. 또 영화나 드라마 등 질적 승부를 해야하는 롱폼이 유튜브 시장에 더 많이 등장할 것으로 본다. ‘Mr.Beast’가 영상 제작 한편에 20~30억원을 쓴다. 한국 OTT 드라마 한 편 제작비 이상이다. 확실한 뷰어십이 보장되거나 명확한 BM을 가진 콘텐츠들은 더 질이 높아 질 것이며 긱블도 이와 같은 스탠스를 취하게 될 것 같다.
▲중장기적으로 준비중인 콘텐츠와 목표가 궁금하다.
교육 사업. 현대인의 불행은 교육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학교는 1등부터 꼴등을 줄세운다. 1등이 아니라면 실패한 사람이라는 인식을 가진다. 학교의 경쟁은 아이들의 실패 경험을 쌓고 있다. 이는 냉전시대에 시작된 본질주의 교육 철학에서 비롯된 것으로 본다. 우수한 상위 학생들에게 국가의 자원을 집중하기 위한 교육 방식. 하지만 학생들에게 성공 경험과 성취감을 통해 동기를 제공하는 것이 교육기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은 피라미드 형태의 구조에서 경쟁하지 않고, 10명의 아이들이 10명의 방향으로 생각할 수 있고, 각자의 생각을 할 수 있으면 한다. 이를 위해 AI를 개인맞춤형 교육에 쓰려고 하고 있고, 콘텐츠에 녹여내고 있다.
▲긱블이 바라는 세상은?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 중 하나는 성공의 경험이 아니라 실패의 경험을 주는 것. 사람들이 진로를 몰라서 전공을 선택할 때에 내가 갈 수 있는 최고의 과나 대학을 가려고 한다. 그러나 '과잉 선택'인 것 같다. 기계공학을 가고 싶어서 열심히 공부했는데 성적이 좋아 의대를 가는 이상한 경우도 있다. 남들보다 뛰어나다는 걸 증명하는 것이 진로 선택이 되어버린 것 같다. 시험은 나의 학습 성취를 진단하는 것. 그러나 요즘은 시험을 치기 위해 공부를 한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시험이 아니라, 하고 싶은 것을 위해 공부해야 하고, 그 과정을 평가하는 것이 시험이길 바란다. 내가 틀리지 않았음을 보이기 위해, 평균 이상이라는 걸 나타내기 위해, 상위 몇%에 들어가기 위해 시험을 보는 건 맞지 않다.
그런 맥락에서 곧 일의 의미와 교육의 의미가 바뀌게 될 것으로 본다. 교육의 의미가 바뀌는 과정에서 과학과 공학을 재미있게 녹여낼 수 잇는 하나의 무대가 되었으면 좋겠다. 과학을 그렇게 좋아하던 아이들이 중학교 고등학교만 들어가면 과학을 싫어하게 된다. 시험을 친다는 이유로. 그러나 해외는 다르다. 실험, 체험 기반의 교육이 많은 덕분.
우리 아이들은 무려 10년간 '서열 매기기'를 위한 공부를 한다. AI는 매달, 한 산업을 뒤바꿀 기술이 개발되고 있는데 아이들은 시간을 낭비한다. 우리나라의 교육이 바뀌는 과정에서 긱블이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긱블 박찬후 대표와 뉴시안 전규열 대표이사 겸 편집인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조현선 기자]
출처 : 뉴시안(http://www.newsian.co.kr)